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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시 아기가 되는 병 - 치매/상
진료과 신경과 교수 박기형교수

거꾸로가는 세상 뒤 틀 어진 기억들

▲ 이럴 땐 의심해 보라

치매는 우리가 흔히 보는 건망증과는 다르다. 건망증이란 어떤 사실을 잊었더라도 누가 귀띔을 해 주면 금방 기억해 내는 현상으로 정상인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장애가 있는 환자는 힌트를 줘도 전혀 기억을 할 수 없으므로 정상인의 건망증과는 구별된다. 또 건망증의 경우 일반적으로 본인 스스로 기억 저하를 인정하고 메모를 하는 등 기억 저하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을 병식/病識 이 있다고 말하는데 치매환자와 구별되는 큰 차이점이다.
왜냐하면 치매환자는 병식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기억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치매를 의심할 수 있는 기본증상으로는 기억·언어장애, 시공간·계산능력저하, 성격 및 감정변화를 들 수 있다.
기억장애가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물건을 놓은 곳을 잘 찾지 못한다거나 전화번호나 약속을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또 가스 불을 끄는 것을 잊고 자꾸 냄비를 태운다는 증상을 호소하며 특히 과거에 잘 하던 일들도 잊어버리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건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아서 그거, 저거 등의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동문서답이 많아지며 평소 읽기와 쓰기를 잘 하던 사람이 읽기, 쓰기가 잘 안 되는 등 언어장애를 보인다.
시공간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길 눈이 어두워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주차해 놓은 장소를 찾지 못해 헤매는가 하면 새 집으로 이사했는데 자꾸 옛날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른다거나 심하면 자주 가던 길을 잊어버리고 집안에서 화장실을 찾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간단한 계산을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고 나중에는 물건을 사고도 거스름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성격에도 변화가 나타나는데 무서웠던 성격이 온순해 진다거나 예전에는 자상했는데 조그마한 일에도 화를 잘 내고 이기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또 감정 변화가 잘 나타나는데 불안하고 초조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우울해 하기도 하며 의심이 많아지고 심하면 거울을 보고 혼자 이야기하거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과 혼자 대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치매의 형태에 따라서는 기억력은 정상이지만 단순히 말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와 반대로 말은 유창하게 잘 하지만 말의 의미를 잊어버려서 다른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치매 증상의 경우 인지기능 저하가 손발 떨림이나 움직이는 능력 감소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을 보이면 빨리 신경과 치매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치매원인 30여가지는 치료 통해 호전, 완치 기대



▲ 왜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나

치매란 정상적인 지적 능력을 유지하던 사람이 다양한 후천적 원인으로 인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 사고력, 실행 능력 및 공간 지각 능력 등의 지적 기능이 지속적·전반적으로 저하돼 일상생활 및 사회적, 직업적 기능의 저하가 초래되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치매를 다시 아기가 되는 병이라고도 한다. 아기가 태어나서 머리를 가누고 앉고 걷기 등의 능력을 터득한 후 대소변을 가리고 옷입기, 씻기 등의 위생을 위한 행위들을 배운다.
좀 더 커서는 돈을 관리하는 법, 다른 사람들과 생활하는 법 등 사회적 능력을 배우게 되는데 이러한 행위들을 거꾸로 차례차례 잊어가는 병이기 때문이다.
환자 본인이 하나의 인격체로서 품위를 유지할 수 없고 점차 자신의 정신상태가 황폐해져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로 인해 주변 가족이나 보호자들이 정신적·육체적·물질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질병이다.
이 질병이 사회적으로 중요성을 더해가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급속히 노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약 30만 명 정도 치매환자가 있을 것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오는 2020년 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 조기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치매의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원인에 따라서는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치매 원인은 70여 가지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적어도 3분의1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의 호전이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완치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 뿐 아니라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에 치매를 불치병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반세기 전의 낡은 편견이라고 본다.
치료될 수 있는 치매에는 정상압 뇌수두증, 대사질환/갑상선 기능저하증, 비타민B12 및 엽산 결핍증, 당뇨병, 만성 간질환 및 신장 질환 으로 인한 치매, 경막하 혈종으로 인한 치매, 뇌종양으로 인한 치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치매, 매독으로 인한 치매 등이 있다. 특히 노년기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 치매도 정신운동성 지체와 인지 기능 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에 치매로 오인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종류의 치매가 치료 가능하며 빨리 발견할수록 치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므로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키고 진행을 느리게 할 수 있는 치매에는 알쯔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가 있다. 일반적으로 치매라고 하면 알쯔하이머 병을 생각할 만큼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 질환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50~60%가 해당한다. 대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 발견하기 힘들고, 상당기간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게 된다. 하지만 일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악화되는 경향이 있어 다양한 신경증상과 행동증상을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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